나와 광장까지 걸어오다 보면 반듯한 도로를 따라 깨끗하게 구획된 상가를 볼 수 있고 낮은 담벼락을 따라 하교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마주하게 된다. 통행로를 따라 반듯하게 놓인 벤치들의 간격은 적당하고 비둘기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모이를 주지 말라는 알록달록한 알림판에서는 그것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느낄 수 있다.

그러나 늦은 밤 고요하고 적막한 광장을 걸어갈 때나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돌풍이 부는 텅 빈 광장의 모습을 목격할 때면 불현듯 이런 생각에 휩싸이기도 한다.

이게 내가 상상한 광장의 모습인가. 내가 기다린 광장의 풍경인가.

그러니까 너와 함께 본 그 조감도 속의 팔복광장이 완공되었더라면. 그것이 너와 내 상상 속에 있던 어떤 미래를 정확하게 실현할 수 있었더라면. 우리는 그 광장에서 어떤 봄을 맞았을까. 어떤 오후를 목격했을까. 그중엔 우리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. 어쩌면 그 기억들이 너와 나를 더 힘껏 끌어안을 수 있지 않았을까.

그러나 네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광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말끔한 벤치에 나란히 앉아 내일은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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광장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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